1. 강남이 멈추자, 흑석과 옥수가 꿈틀댄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올해 2월부터 갑자기 수억 원씩 급등하더니, 3월 24일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토지거래 허가제가 재지정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입니다. 통제가 풀리자마자 호가를 올리고 부동산 문을 두드리던 수요자들이 단 하루 만에 사라졌습니다. 매물을 낮은 가격에 내놔도 지금은 연락조차 오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남권이 다시 묶이자마자, 동작구 흑석동과 성동구 옥수동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매물은 걷어들이고 호가는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풍선효과입니다. 강남을 조이니, 인접 지역의 압력이 부풀어 오른 셈입니다.
2. 서반포라는 이름의 야심, 흑석동의 반짝 호가
일부 사람들은 흑석동을 ‘서반포’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반포의 고공행진을 후광 삼아, 브랜드처럼 지명을 포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름은 그렇다 치고, 아파트값의 흐름을 보겠습니다. 흑석역 4번 출구와 맞닿아 있는 아크로 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해 말만 해도 21억에서 23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6층이 26억 4천만 원에 거래되더니, 강남이 토지거래 허가제로 재지정되자마자 호가가 30억에서 31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20퍼센트 가까이 뛴 셈입니다.
물론 이 지역은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입지가 좋지만, 도로는 정비되지 않은 채 새 아파트만 늘어나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이 극심합니다. 반포도 마찬가지지만, 흑석 역시 차라리 걷는 게 빠를 정도로 혼잡합니다.
3. 언덕 위 흑석자이, 무리한 호가 인상인가
흑석자이는 흑석역에서 언덕을 따라 약 20분을 걸어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전용 84㎡는 2023년 7월 기준 17억 5천만 원에 거래됐고, 2025년 들어서는 거래 이력이 없다가 최근 호가가 20억 대로 올라섰습니다. 전용 59㎡는 올해 15억 중반에 거래되다가, 현재는 18억대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지는 언덕이 가팔라 ‘등산코스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단지 내부는 평탄화가 잘 되어 있으나, 외부 접근성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중고가 인접한 학세권에 중앙대병원까지 갖춘 입지 덕분에 거주 수요는 안정적인 편입니다.
결국 2월에 강남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 허가제가 해제된 직후 흑석동에서도 호가가 과하게 인상된 셈입니다. 2021년 최고가의 기억이 다시금 사람들을 자극하는 분위기입니다.
4. 옥수동, 성수동도 2억씩 올라간 호가
풍선효과는 흑석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성동구 옥수동, 특히 레미안 옥수 리버젠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3호선 금호역과 가까우며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이 단지는 언덕 경사가 심하지만 여전히 선호도가 높습니다.
전용 84㎡의 경우 3월 9일 22억 5천만 원에 16층이 실거래됐는데, 불과 며칠 뒤 호가가 25억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부동산 현장에서는 “이건 미친 가격”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입니다. 거래가 아닌 호가가 급등한 것입니다.
마포구 역시 상황은 유사합니다. 특히 한강변 아파트들은 호가가 많이 올랐고, 3월 24일 강남 토재 재지정 소식 직전에는 21일과 22일 사이 주말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마포와 흑석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다만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매수자가 달려들자 매도자가 갑자기 “2억 더 주면 팔겠다”고 말을 바꾸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입니다.
5. 지금은 2021년이 아니다, 매수세의 변화
2021년과 지금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당시엔 다른 사람이 살까 봐 조급한 마음에 무리해서라도 매수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도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최고가를 부르는 매물 옆에선 여전히 금매도 나옵니다. 이 들쑥날쑥한 거래 흐름은 바로 그 증거입니다.
흑석동이나 옥수동처럼 호가가 급등하는 지역에서도 금매물이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시장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금리 부담과 경기 불확실성이 큰 현 시점에선 높은 호가를 쫓아 매수에 나서는 것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6. 외지인 매수의 증가, 안전자산에 몰리는 심리
서울 아파트 시장에는 최근 외지인 매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2023년 서울 아파트 매매 4만 1천여 건 중 외지인 매수는 21퍼센트 수준이었으나, 2024년 들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강동구의 경우 올림픽파크 포레온 효과도 있었지만, 외지인 수요가 급등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의 밑바탕엔 아파트에 대한 안전자산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값이 미친 듯이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금값은 국제 시세보다 20퍼센트 이상 비싸게 거래되며, 트럼프의 관세 위협까지 더해지자 더 큰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7. 정책 리스크는 여전히 살아 있다
현재 강남권의 토지거래 허가제는 2024년 9월까지 유지될 예정입니다. 만약 연장된다면, 흑석동과 마포, 옥수, 성수 등지의 수요가 다시 한 번 자극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향후 정책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의 한 마디에 시장은 다시 뒤집힐 수 있고, 풍선효과는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붙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관망할 시기입니다. 경기 상황은 좋지 않고, 금융권의 연체율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권 고위 임원들조차 2~3년 안에 경기가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8. 내 집 마련, 조급할 필요는 없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무리한 빚을 내어 주택을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금매물과 하락폭이 커지는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습니다.
기왕 내 집 마련을 고민하신다면, 지금은 입지와 교통이 좋은 곳에서 적절한 가격 조정이 이뤄질 때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조급함보다는 냉정한 판단, 그리고 정책 방향에 대한 꾸준한 관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